"연구개발(R&D)분야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분야입니다. 진흥원에선 R&D 사업 선정시 청년고용 배점 항목을 신설하고 국토교통 굿잡페어(Good-job Fair)를 정례화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돌려주겠습니다."
23일 오후 안양 국토교통과학진흥원(국토진흥원) 본원에서 만난 손봉수 원장은 취임을 갓 두 달 넘긴 수장답지 않게 국토진흥원의 청사진을 물 흐르듯 풀어냈다.
2002년 12월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으로 출범한 국토진흥원은 건설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토교통 R&D 사업에 대한 평가·관리가 핵심업무다. 국토교통 R&D사업에 대한 수요조사와 기획, 기술 예측 등도 국토진흥원의 몫이다. 매년 5000억원가량의 국토교통 R&D예산을 담당하며 국책사업인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손봉수 원장이 인터뷰 첫머리에서 대뜸 꺼낸 화두는 청년일자리 문제였다. 손 원장은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을 가르쳤던 입장에서 R&D 사업을 관리하는 위치에 오다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뛰어난 실력에도 취업문이 막힌 청년들"이라며 "국토교통분야의 R&D 사업에서도 해법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또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통한 경제선순환이야 말로 R&D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손 원장의 취임 이후 지난 6월 진흥원이 개최한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선 국토교통분야 최초로 취업박람회인 국토교통 굿잡페어가 도입됐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하는 국토교통 좋은 일자리를 슬로건으로 서울교통공사, 항공우주연구원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포스코, 우진산전 등 총 34개 기관․기업이 참여한 행사에선 500여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200여건의 실질적인 상담성과가 이뤄졌다.
손 원장은 "굿잡페어의 정례화를 통해 우수 인재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국토교통 R&D 인재 취업·채용 매트릭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는 취임 직후 진흥원이 추진하는 각종 R&D 사업 입찰에서도 청년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손 원장은 "R&D 사업 선정과정에서 평가점수에 신규 청년고용 부문을 추가했다"며 "이는 해당사업을 통해 3명 이상의 청년고용을 확약하면 배점을 주는 제도로 이미 2건의 사업에서 시범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당초 중소기업 전용 R&D 사업에만 1월부터 시범 적용했지만 이달부터 전체 R&D 사업에도 적용해 실제 고용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내년엔 100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맥락에서 손 원장은 스타트업 등을 통한 국토교통분야의 청년창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진흥원은 신기술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에 기술금융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141억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술창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 원장은 국토교통 R&D 전문 브레인(Brain) 기관의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도 언급했다. 손 원장은 "R&D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진흥원 예산은 안정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R&D의 선도적인 기획과 추진을 위해선 조직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인건비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청년들에게 돌려주고파"…R&D 고용배점제 도입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국토교통분야의 R&D 수요확대에 대한 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손 원장은 "진흥원은 지난 6월 종합계획을 통해 스마트시티, 드론, 지능형 철도를 포함한 8개의 과제를 4차 산업혁명의 8대 혁신 성장동력으로 발표한 바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혁신성장동력 경쟁력을 세계4위권으로 도약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 등 사회적 비용을 30% 줄어 국토교통분야와 관련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진흥원의 청사진을 묻는 질문에 손 원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토교통 분야의 브레인 기관의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에 공을 들일 것"이라며 "또 개인적으로는 국토교통기술의 경우 인간의 삶에 유리된 기술이 아닌 만큼 휴머니즘(humanism)이 살아있는 R&D 연구를 진흥원의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1959년 서울 출신인 손봉수 국토진흥원 원장은 연세대, 캐나다 맥매스터대를 거쳐 토론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2년까지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연구위원직을 수행했으며 2002년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교수로 임용됐다.
한국 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서 대한교통학회 이사, 대한교통학회지 편집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연세대 공학원 부원장, 학생복지처장, 공과대학장 등을 지냈다.